
한미정상회담이 터뜨린 신호탄…北 대화·선교의 문 열릴까 |
첫 한미정상회담서 북미대화 시사 교계, 긴 호흡으로 북한 선교 준비해야 |
한반도 문제가 다시 국제 의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의사를 공식화하면서다. 한반도 정세가 교착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달라"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하자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시점을 특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계기로는 10월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꼽힌다. APEC은 각국 정상들의 양자 회담이 활발히 열리는 무대다. 트럼프 대통령도 "갈 수 있다"며 참석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북한은 APEC 회원국이 아니어서 의장국 초청 형식으로 김 위원장이 참석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현재 북한은 한국 정부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담화에서 "조미(북미)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라며 비핵화 전제 대화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양 정상 간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단서를 달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군사분계선에서 손 맞잡은 북미 정상.(사진출처=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 성과를 내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실질적 성과가 보장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상징적 장면을 만드는 차원이라면 만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핵 동결이나 군비통제 같은 '스몰 딜'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두 정상은 북한과의 대화(engagement) 중요성에 동의했지만, 북한은 대화 재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한반도 변화의 '기회'로 보면서도, 지나친 기대보다는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대북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 의제로 끌어올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교회와 정부 모두 지난친 희망을 품기보다 현실적인 대북 접근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화 평화통일연대 이사장은 "이번 정상회담 분위기를 살려 교회사 북한 주민을 향한 민간 차원의 교류를 준비할 때"라며 "전도 중심이 아닌 복지 중심의 대북 선교, 북한 체제에 적합한 선교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개성공단 예배 사례나 평양심장병원 건립 논의처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동준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은 "북한 복음화와 통일 선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며 "즉각적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전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기간에 북한 선교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시기상조"라며 "남북관계는 북한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교계도 장기적 안목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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